[전문가 칼럼] 테슬라가 자동차 산업에 던진 3가지 혁신 과제: 기존 완성차 기업이 배워야 할 점은?
여러분, 요즘 ‘완성차의 미래’를 가장 강하게 견인하고 있는 기업이 어디라고 생각하시나요?
바로, 테슬라입니다.
전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테슬라가 일으킨 충격파는 단순한 ‘전기차의 유행’ 그 이상입니다. 테슬라는 공정, 유통, 그리고 소프트웨어 전략에 이르기까지 자동차 산업 전반에서 어떻게 기술과 전략을 재정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오늘은 자동차 산업 애널리스트의 시각에서, 테슬라가 보여준 핵심 혁신 요소 3가지와, 이에 대해 기존 완성차 제조사들이 어떤 점을 참고하고 배워야 할지를 짚어보겠습니다.
- 기가캐스팅(Giga Casting): 공정 자체를 바꾸다
여러분은 자동차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기존 자동차는 수백 개의 부품이 하나하나 조립되어 만들어집니다. 차체만 하더라도 70~100개의 개별 파트를 용접하고 조립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
하지만 테슬라는 이 방식 자체를 뒤집었습니다.
바로 ‘기가캐스팅(Giga Casting)’ 기술을 도입한 것이죠. 테슬라의 생산 공정에서는 거대한 다이캐스팅 기계를 활용해, 차량 뒷부분 등 주요 차체 부품을 하나의 통짜 알루미늄 덩어리로 주조합니다. 70개 이상의 부품을 1개의 부품으로 줄여버리는 거죠. 애초에 '조립' 자체가 필요 없어지니 더 빠르고, 더 싸게, 더 정확하게 만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기술이 적용된 대표적인 차량이 바로 테슬라 모델 Y입니다. 모델 Y는 기존 모델 3보다 더 낮은 조립 공정 복잡도를 가지면서도 생산성 면에서 훨씬 높은 효율을 보여줍니다.
기업 내부에서 레거시 공정에 익숙한 기존 완성차 업체들 입장에서, 이런 변화는 단순히 기계를 바꾸는 문제가 아닙니다. 기업 문화, 공장 인프라, 심지어 설계 철학까지 바꿔야 하죠.
하지만 포드(Ford)가 '메가캐스팅' 기술을 자사 전기차 플랫폼에 적용하기 위한 테스트에 나섰고, 볼보도 차세대 전기 SUV에 관련 기술을 검토 중입니다. 이는 업계가 테슬라의 공정 혁신을 단순한 신기술로 보는 게 아니라, 자동차 제조의 본질을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죠.
- OTA(OTA Software 업데이트): 하드웨어를 지속적으로 진화시키는 소프트웨어 전략
두 번째로 주목할 점은 테슬라의 OTA(Over The Air) 업데이트 전략입니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어렵습니다. 대부분은 차량 전체를 서비스 센터에 가져가서, 기계적으로 ECU를 바꾸거나, 새로운 소프트웨어 모듈을 설치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테슬라 차량은 마치 스마트폰처럼 집에서도 자동 업데이트가 가능합니다. 차량 내 소프트웨어는 주행 중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화하며, 때로는 안전 기능조차도 OTA를 통해 새로 추가되거나 개선됩니다. 예를 들어, 오토파일럿(AutoPilot) 기능의 개선 역시 OTA 업데이트를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됩니다. 이는 일종의 ‘자동차의 지속적인 진화’를 가능케 한 것이며, 테슬라 차량이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아지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도 점점 OTA를 도입하고 있지만, 아직도 그 범위는 테슬라에 비해 제한적입니다.
물론 보쉬(Bosch), 콘티넨탈(Continental), 벤틀리(Bentley) 같은 유럽 OEM 공급망 기업들도 OTA 플랫폼 개발에 나섰고, 현대자동차는 2022년부터 순수 OTA가 가능한 전기차 라인업을 순차적으로 늘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OTA를 단순한 보조기능이 아닌, ‘차량의 진화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전략을 수립한 테슬라의 선구적 시각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 디지털 중심의 직판매 모델: 중간 유통 구조를 없애다
전통적으로 자동차 산업은 대리점을 중심으로 한 유통 모델을 유지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현대차나 기아차를 구매할 때 소비자는 각 지역의 오프라인 대리점을 방문하고, 상담을 거쳐 계약하고, 차량을 인도받습니다. 이는 제조사-총판-소매점이라는 유통 구조 속에서 제품이 단계를 거쳐 전달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테슬라는 이 접근법을 완전히 탈피했습니다. 테슬라는 애초부터 중간 판매처를 두지 않고, 모든 주문과 구매 과정을 온라인, 혹은 자사 운영 매장을 통해 직접 처리하는 ‘직판 모델’(Direct-to-Consumer Model)을 채택했습니다.
이로 인해 가격의 투명성은 물론이고, 고객 경험이 획기적으로 간소화되었으며, 회사 입장에서는 구매 데이터를 직접 확보해 마케팅, 판매 전략, 디자인에 모두 반영할 수 있는 이점을 얻게 되었죠.
대표적으로, 테슬라의 주문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웹사이트나 앱에서 차량과 옵션을 선택
- 결제 및 계약
- 차량 출고일 확인
- 지정일에 차량 인도
기존 업체들이 진입장벽을 느끼는 이유는 유통마진, 총판 계약, 법적 유통 규제(특히 미국 일부 주에서는 직접판매를 금지하기도 함) 등이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제조사들이 직판에 가까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e-commerce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으며, 디지털 쇼룸과 영상상담 서비스 등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폴스타(Polestar)는 테슬라와 유사하게 온라인 중심의 직판 경험을 제공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제네시스가 'MY GENESIS' 플랫폼을 통해 맞춤형 사전계약 기능을 강화하면서 유사한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은 이제 ‘모빌리티 + 디지털’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테슬라는 단순히 ‘전기차’를 처음 만들어서 성공한 회사가 아닙니다. 공정 혁신, 소프트웨어 전략, 그리고 유통구조 개선이라는 3가지 영역에서 기존의 상식을 파괴하며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제 이 표준에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얼마나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지, 그리고 새로운 시장 흐름을 어떻게 자신만의 언어로 해석할 수 있을지가 그들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 우리는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
테슬라의 성공 사례를 바라보며 “우리 회사도 그렇게 하면 되지”라고 단순히 받아들이기에는 자동차 산업은 너무 복잡한 시스템 속에 놓여 있습니다. 그렇기에 복제보다는 "전략적 변형"이 필요합니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것입니다.
- 우리는 제조 공정을 재정의할 수 있는가?
- 우리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고방식을 구축했는가?
- 우리는 고객과 직접 만나고, 데이터를 축적하는 유통 전략을 갖추고 있는가?
이 세 가지 질문은 향후 자동차 산업을 관통하는 핵심 화두가 될 것입니다.
디지털 전환과 자동차 혁신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이제 다시 질문해야 합니다. 우리만의 ‘테슬라적인’ 혁신은 가능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은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인가?
앞으로의 자동차 산업은, 기술뿐만 아니라 전략과 사고방식에 있어서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었습니다.
자동차 산업의 미래, 여러분은 어디에 계시나요? 그리고 어디로 나아가고 계신가요?
지금,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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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 전문 애널리스트 | 자동차 미래 기술 연구위원
(이 글은 최신 산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성된 전문가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