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 인사이트 블로그 – by 자동차 산업 분석가 김정우]

“다음”의 분사, 디지털 플랫폼 시장에서의 구조조정이 자동차 산업에 주는 함의

자동차 산업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제 입장에서도 이슈의 흐름을 읽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지난 3월, 카카오가 ‘다음(Daum)’을 독립 법인으로 분리한다는 발표는 언뜻 보면 IT 업계의 변화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더 깊이 들여다보면, 디지털 플랫폼 기반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자동차 산업에서도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오늘은 카카오의 다음 분사를 통해 디지털 전환 과정을 밟고 있는 자동차 산업, 특히 데이터 중심의 생태계 재편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분석해보려 합니다.

카카오의 다음 분사,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니다

먼저 최근의 뉴스를 간략히 정리해볼까요?

카카오는 2014년 다음과의 합병 이후 11년 만에 '다음'을 분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검색 포털로서 다음의 경쟁력이 현저히 약화되었고, 현재 이 분야에서 카카오는 더 이상 투자 우선순위로 두지 않고 있습니다. 다음의 검색 점유율은 30%에서 2%대로 급락했습니다. 이 수치는 데이터 중심 사업에서 플랫폼 재정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카카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핵심 자산인 카카오톡과 AI(인공지능) 기술 중심으로 미래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는 “플랫폼 전환”, “데이터 활용”, 그리고 “비핵심 자산 정리”입니다.

이제 이 현상을 자동차 산업의 변화와 연결지어볼 시간입니다.

자동차 산업, 이제는 모빌리티 플랫폼 전쟁

자동차 산업도 지금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 중심에서 이제는 ‘플랫폼 중심의 소프트웨어 자동차’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테슬라가 차량 내부에 소프트웨어를 통해 OTA(Over-the-Air) 업데이트를 제공하며 애플리케이션처럼 기능을 확장하는 구조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현대자동차 역시 Mocean, Bluelink, 현대캐피탈 운영 데이터 등을 통합한 구독형 플랫폼 구축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차량 제조사는 더 이상 ‘자동차를 파는 회사’가 아닌, ‘데이터와 서비스를 판매하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카카오의 다음 분사와 매우 유사한 고민이 나타납니다:

  • “어떤 서비스가 미래 핵심인가?”
  • “어떤 자산을 가볍게 해야 민첩한 투자와 운영이 가능한가?”

카카오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 AI와 메신저 플랫폼에 집중하고, 검색 포털처럼 성장 가능성이 낮은 비핵심 자산은 정리하려는 전략은, 지금 이 순간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동일하게 실천 중입니다.

예시: 폭스바겐의 소프트웨어 역량 독립 전략

폭스바겐 그룹은 몇 년 전 Cariad라는 소프트웨어 전담 자회사를 출범시켰습니다. 목적은 명확합니다 —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 조직에서는 빠른 소프트웨어 개발과 투자가 어려우므로, 분사 독립 이후 자율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통해 민첩하게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일정은 뜻대로 되지 않아 일정 지연이 있었지만, 구조적으로 흥미로운 점은 완성차 업계에서도 소프트웨어 및 디지털 서비스 조직을 독립시켜 "스타트업처럼" 운영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다름 아닌, 카카오의 다음 분사와 정확히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 적응 못하면 도태된다

‘다음’의 검색 점유율이 30%에서 2%로 떨어지는 동안, 시장은 구글과 네이버 중심으로 재편되었고, 소비자는 점점 더 다채롭고 역동적인 사용자 경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e-모빌리티,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시장이 고도화됨에 따라 소비자 요구조건도 '브랜드나 외관'이 아닌 '사용 경험 및 연결된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차량 내 네비게이션 품질, 스마트폰과의 연결성(CarPlay, Android Auto), V2X(Vehicle to Everything) 통신 체계 등이 소비자의 구매 의사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요구에 대응하지 못하면 다음처럼 경쟁력을 잃고 분사 혹은 정리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동차 산업이 배워야 할 3가지

  1. 핵심 역량에 집중하라
    글로벌 완성차 기업은 더 이상 ‘모든 걸 잘하는 종합기업’이기를 포기했습니다. 대신, 소프트웨어, 배터리, 자율주행 등 핵심 분야에 집중하려 하고 있습니다. BMW는 자율주행을 인텔-모빌아이와 협력하고, 포드는 자체 배터리보다는 SK온과의 파트너십으로 생태계를 만듭니다.

카카오가 ‘다음’ 분리를 통해 카카오톡과 AI에 사활을 거는 전략과 다르지 않습니다.

  1. 비핵심 사업은 과감하게 놓아라
    자동차 기업 역시 전장, 인포테인먼트, 내비게이션 등을 외부 협력사에 아웃소싱하고 있으며, 물류사업이나 부가사업 등은 분할하거나 정리하는 추세입니다. 현대모비스-현대오트론 간 협업, 르노의 전기차 자회사 '앰페어(Ampere)' 분리 전략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2. 빠른 실행력과 민첩한 조직 운영이 중요하다
    이제 기업은 대기업 조직보다 스타트업 DNA를 바탕으로 '린(Lean)'한 개발 환경을 구축해야 합니다. 다임러 그룹이 2022년 메르세데스벤츠그룹과 상용차 부문을 분리한 것 역시, 각자에 알맞은 속도와 혁신 방식으로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마무리: 모빌리티 미래를 준비하자

카카오의 다음 분사 결정은 단순한 내적 경영 효율화의 움직임이 아닙니다. 플랫폼 시대에서 어떤 자산을 유지하고, 어떤 조직을 시대에 맞게 재편해야 할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자동차 산업도 마찬가지로, 앞으로 차량 소유가 아닌 ‘경험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로 전환하게 될 것이며, 이와 같은 경영 전략 수립은 기업 생존과 직결됩니다.

카카오가 잘 될지 아닐지는 이제 분사 이후의 실행력에 달려 있겠지만,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통적 경영 전략이 디지털 산업에서도 유효함을 보여주는 사건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자동차 산업 또한 플랫폼 중심 전환 시대를 맞이하여 비슷한 현명한 판단과 과감한 실행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지금이야말로, 미래 모빌리티 경쟁에서 '다음'이 될지, '카카오톡'이 될지를 결정하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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